인스파이어 아레나 실내 배치 모습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2023년 12월 2일에 개장한 대한민국의 유일한 공연장이다.

엥? 한국에 무슨 공연장이 인스파이어 아레나 하나 밖에 읎어? 할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콘서트나 공연 하면 생각나는 고척 스카이돔, 잠실주경기장 같은 곳은 본래의 목적이 공연이 아니라 스포츠이다.

이에 반해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본래의 목적 자체가 공연이라서, 정말 설계할 때부터 공연에 최적화된 시설과 음향 등등을 고려하였다!!

내가 알기론 cj의 라이브 시티? 도 짓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중단된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음향 설비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인스파이어 아레나 GM의 인터뷰에 따르면,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추구하는 음향이란 원음 그대로의 사운드. 즉 녹음실에서 마스터링 할 때 듣는 그 사운드에 최대한 가깝게 표현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앨범에 담긴 음악은 수십 가지 악기의 레벨을 각각 섬세하게 조율한 결과물입니다. 마스터링이라는 과정을 거친 소리죠. 가수가 자신의 콘서트를 보러 오는 수천 명의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운드는 바로 그가 녹음실에서 마스터링을 할 때 들었던 그 사운드예요. 거기에 최대한 가까운 사운드를 라이브에서도 구현하고자 하는 거지요.”

사실 모든 음향 설비에서 추구하는 바이지만, 가장 이루기 어려운 바이다. 굳이 큰 공연장으로 생각해보지 않고, 가정 단위로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룸 어쿠스틱이니, 부밍이니 해서 집에 스피커 하나 놓을 때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팅겨오는 반사음부터 시작해서, 주변 환경음에 의한 보강, 상쇄 간섭… 층간소음 문제와 특정 음이 엄청 강조되는 부밍…

괜히 한국에 ‘스피커’ 라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니다.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해야할 것이 산더미인 취미인 이유…ㅎ


1. 음향 장비?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기본적으로 메이어 사운드 (Meyer Sound)사의 스피커를 주로 이용한다.

라인 어레이 스피커

마이어 사운드 팬더 출시, 대형 라인어레이 스피커 기술을 ...

메이어 사운드 사의 팬써(Panther) 라인 어레이 시스템를 주력으로 이용한다.

2022년에 이 팬써 제품이 출시됐는데, 메이어 사운드가 이 팬써를 성능 대비 엄청 가벼운 무게와 크기를 엄청 강조한다. 기존 자사 제품인 라이언의 무게와 크기를 유지하면서, 레오만큼의 음압을 낼 수 있도록 고심 끝에 설계했다고 한다. 보니까 무게가 하나에 68kg 인데, 12개를 어레이해도 1톤이 채 되지 않아서 1톤 모터로도 운영이 된다고 한다. D클래스 앰프도 내장되어 있다.

메이어 사운드 제품의 가장 큰 특징? 이라면 이런 대형 라인어레이 시스템에서 액티브 스피커가 아닌 패시브 스피커를 사용한다는 점이 있을 것 같다. 보통 라인어레이 같은 대형 공연에서는 스피커가 많기 때문에 선도 많이 깔아야 하고, 또 액티브 스피커는 앰프 때문에 무게가 무거워서 잘 쓰지 않는데, 메이어 사운드 라인어레이 제품은 특이하게 대부분 액티브 스피커이다. 아마 액티브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기네 회사가 의도한 소리 그대로를, 즉 스피커에 최적화된 앰프를 제공해 최적의 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앰프를 따로 설치하면 바닥 공간이 좁아져 시야가 제한된다. 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거 같은데, 뭐 공간상으로는 맞는 얘기이다.

팬써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좀 재밌는데, 애드시런 (Ed Sheeran)의 공연 담당자로부터 Lyon의 사이즈에 Leo 파워를 가진 제품을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스피커가 팬써라고 한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크크, 사양을 간단히 살펴보자.

일단 풀레인지 스피커기 때문에 55Hz 부터 16kHZ 까지 뽑아주긴 하는데, 주파수 응답 범위가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다.

일단 공연 환경 특성 상 16khz이상은 거의 중요하지도 않고, 아마 16khz 로 표기해두었어도 가청 영역대 맥시멈인 20khz까지 잘 뽑아줄 것이다. 정말 딱 플랫한 범위가 16khz 까지라는 뜻이지 가위로 자른거마냥 그 이상의 소리가 뚝 잘려나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또 저음 부분도 그렇게 낮게 까지 뽑아주지는 않는데, 대형 공연장에서 서브우퍼는 필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라인어레이는 앞서 말한 것 처럼 크기의 최소화가 굉장히 중요한데 (엄청나게 쌓아야 하니까) 저음을 살린답시고 캐비닛을 크게 할 수는 없기에..

애초에 지향성을 지향하는(?) 라인어레이에 무지향성인 극저음까지 구현하면 위상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이건 내 생각이다)

어쨋든 그래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는 이 팬써 스피커 50통과 서브우퍼 32통을 사용하였다.

하나하나를 치곤 뭔가 엄청 대형콘서트에 쓰는 스피커 라고는 좀 작아보인다. 하지만 기본 10통씩 매달아 버리기 때문에..

10통씩 좌우로만 배치해도 22kW이다 크크. 그냥 스피커 켜놓기만 해도 3000W씩 먹는다.

그리고 팬써는 전력 소비하는거에 비해서 음압이 되게 잘나온다. 메이어 사운드는 자사의 Power Factor Correction (PFC)의 막강한 성능 덕분이라고 한다. 전류 스파이크나 급격한 전압 강하 등 웬만한 경우가 잘 대처된다고 한다.

팬써의 주파수 응답 그래프인데, 아래쪽 그래프가 팬써 한 통의 주파수 응답이고, 위 그래프는 어레이 시켰을 때다.

거의 1~2 dB 조차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레이 시켰을 때 그래프를 보면 굉장히 플랫한 주파수 응답 특성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애드 시런의 월드 투어 때 사용된 팬써의 모습이다. 이렇게 보아도 정말 작은 것 같다.

저 배치로 저 공간에서 이런 음압 분포가 나온다고 한다. 정말 출력이 어마무시 한가보다.

여튼 그렇다! 팬써 한 번 실제로 들어보고 싶다. 보통 음향렌탈 업체에서 팬써 정도까지 쓰는 경우는 드물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추가로 팬써 뿐만 아니라 레오파드 라인 어레이 시스템도 적용이 되어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유동적으로 배치가 가능한 것으로 보이고, 보통 사이드필로 사용하는 것 같다.

서브우퍼

보통 전문 설비에서는 라인어레이와 서브우퍼의 스피커 사를 통일시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인스파이어 아레나도 그렇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는 32통의 1100-LFC 서브우퍼를 사용하였다.

두 개의 18인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고, 30Hz ~ 85Hz 까지의 주파수 응답을 보인다. 확실히 서브 답게 하나에 112.9kg의 묵직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모니터 스피커

역시 Meyer Sound 사의 MJF 시리즈를 32통 배치하였다. 모니터 스피커만 32통은 또 처음보는 수치이다, ㅋ

나와있지는 않지만 앞서 서술한 시스템 들 말고도 추가 라인어레이 스피커가 또 있는 것 같다. 공식 자료에서 소개하는 구성은 기본적으로 서술한 것과 같다.


건축 음향 설계

흡음 설비

그냥 푹신푹신한거 박아 넣은게 아니라, 철저한 계산을 통해서,

뭐 일정 거리 떨어뜨려 설치한다던지, 무조건 흡음하는게 아닌 주파수 대역 별로 반사율을 다르게 한다던지 등 엄청난 설계를 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식 자료는 없어서 추측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직접 가보질 않아서….

냉난방 유속을 고려한 음 왜곡 최소화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는 없지만, 아마 HVAC 소음 (냉난방 등 공조 소음) 으로 인한 음 왜곡을 최소화 했다는 뜻인것 같다. 기본적으로 공조 소음도 있을 것이고, 또 덕트 용량을 올바르게 설계하지 않으면 유속(Velocity)이 빨라질 수도 있고, 그에 따른 소음도 추가될 수 있는데 이 점들을 고려했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여담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음향 관련 후기를 찾아보면, 일반인들부터 전문가들 까지 엄청난 찬사가 많다.

오픈 때도 물론 엄청난 스펙의 영향으로 음향이 뛰어났지만, 점점 노하우가 생겨 지금은 진짜 넘사벽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직원의 말에 의하면 설계를 모티프한 모히건 쪽에서 노하우 전수를 해준 후로 음향의 수준이 정말 높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의 공연 영상을 간접적으로라마 감상해보면, 다른 공연과는 다르게 소리가 엄청 플랫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보통 EDM 페스티벌이나 기타 콘서트 들은 저음이 굉장히 부스팅 되어 있고, 관객 흡음으로 인해 고음역대 명료성이 좋지 못한게 그냥 거의 90%이상인데,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소리는 굉장히 플랫하다. 마치 모니터 스피커로 음악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공연장 특성 상 특정 대역 부밍은 정말 잡기 힘든데, 역시 음향 설계가 적용되어서 그런지 굉장히 평탄한 저음부를 보여준다. 같은 음압이라도 체감으로는 소리가 작게 들리는 느낌이다.

이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리가 빵빵하지 않다고 생각해 불호하는 사람도 있더라. 뭐 이건 취향이긴 하니. 하지만 음향학적으로 보면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음향 수준은 정말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몇 개월 전에 진행된 2025 카이고(Kygo) 의 월드 투어 영상을 보면, 직접적으로 체감이 가능할 것이다. 영상에서 foh 의 모습도 조금이나마 확인이 가능하다.

만 오천 관객 앞에서 저 앞에 서있다는건, 정말 음향이라는 분야에 진심이고, 또 그만큼 육중한 책임감을 가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정말 멋지다… 자신의 손 동작 하나로 그 날 공연의 평가가 좌우된다. 물론 이런 대형 공연에서는 리허설 때 맞춰놓은 세팅값과 큐 리스트로 거의 변경값 없이 일정하게 공연을 진행하지만, 항상 모든 공연에는 변수가 발생한다. 정말 존경스러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11분 10초 쯤을 보면 관객의 반응이 “사운드가 장난아니다..” 라는 반응을 보인다.

콘서트를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도, 막귀가 아닌 이상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다른 공연장과의 사운드적 차별성은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 앞서 서술한 ‘플랫함’ 이다. 똑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또 더 익숙한 노래를 들을수록 그 차이는 명확하게 다가올 것이다. 큰 공연장에서 균형 잡힌 사운드에서 나오는 섬세한 소리는 단순한 웅장함을 넘어선 다른 결의 웅장함이라는 것을 경험시켜 준다.

17분 30초 부분을 보면 아비치의 Levels 를 선곡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평탄함을 굉장히 잘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지금은 인스파이어 아레나 뿐이지만, 커져가는 kpop 시장만큼 한국의 공연장 음향도 덩달아 좋아지면 좋겠다. 옆 동네 일본만 보아도 음향 기준의 저점이 굉장히 높다. (이번 gmo sonic 은 명료성이 좀 아쉬웠고 소리가 너무 불균형 하긴 했다. 장소가 워낙 크니…)

2 thoughts on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음향 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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